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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바람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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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북밀알 작성일05-12-16 15:38 조회4,3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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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에다 커피 한잔을 태웠습니다.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초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흘러들어와 얼굴을 부드럽게 만지고 지나갑니다. 옅은 베이지색의 버티
컬 블라인더는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춤을 추는데 그 우아한 흔들
림을 바라보는 기쁨이 만만치 않습니다. 커피가루를 저으니 뜨거운 김이 종이컵
에서 피어나와 방안 가득 커피 향기를 흩뿌립니다. 천천히 커피를 들이키는데
뜬금없이 은혜라는 단어가 마치 전광판의 금빛 글씨처럼 내 마음 속에서 번쩍입
니다. 기분 좋은 가을바람과 짙은 커피내음과 블라인더의 흔들림에는 하나님의
은혜를 떠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필립 얀시는 자신의 역작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서 조지스 버나노스의
소설 「어느 신부의 일기」에서 죽어가는 신부가 한 “은혜는 어디나 있다”라
는 말을 소개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은혜는 어디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은혜를 바라보는 눈과 그것을 담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
디나 있는 은혜는 우리를 그냥 지나쳐 버릴 것입니다. 이 천년 전 은혜로 충만
하셨던 예수님께서 수없이 갈릴리 호수를 거니셨지만 별생각 없이 그분을 그냥
지나쳤던 당시의 많은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언젠가 교회에서 식사를 하는데 동역자 가운데 한 분이 혼자말로 “하나님의
은혜로 또 한 끼 잘 먹었습니다”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마음에 잔잔한 감
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언제나 나오는 식사였지만 그는 거기서 하나님의 은
혜를 보았습니다. 그에게는 그 은혜를 보는 눈과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 가운데서 하나님의 은혜를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탁월한 설
교자 존 오트버그는 이를 “인지하는 훈련”(Discipline of Noticing)이라고 이
름 붙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이끄시고 공급하시며 치유하시는 하나님
의 은혜에 민감하도록 스스로를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일의 삶을 통하여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풀어주시는 그분의 친절을 흘려보내지 않아야 합니다. 비
록 그것이 대단한 사건이나 기적을 동반한 특별한 일이 아니고 삶에서 흔히 맞
닥뜨리는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낯선 곳에서 어찌할 바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게 별다른 이유 없
이 호의를 베푼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길을 잃어버렸는데 어쩌다
더 좋은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마음이 상해서
주저앉아 있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옴과 동시에 주변의 상점에서 내 마음을 만
지는 노래가 흘러나온다면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유혹에 직면했을 때 갑
자기 적절한 성경구절이 떠올라 그 유혹을 벗어날 수 있었다면 그것도 하나님
의 은혜입니다. 우리가 그 모든 것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
면 일상은 그야말로 성례전(聖禮典)적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 훈련에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사도바울이 에베소 교인들을 위해 그랬
던 것처럼 우리는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눈을 밝혀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
님의 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며 그 은혜를 보고 누릴 수 있게 해 달
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가난한 마음으로 주께 나아가면 그분이 멸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눈을 감고 무릎을 꿇은 만큼 우리 마음의 눈은 더 밝아질 것
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열린 눈을 가지고 세상을 보면 정말 은혜는 어디나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감격하며 우리의 인생을 이끌어 가시는
그분의 뒤를 더 열정적으로 좇게 되겠지요. 그럴 때 우리는 예배당에서뿐 아니
라 삶의 현장 어디서든지 우리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자가 될 것이고요. 그럴
때 우리는 우리의 본성적인 “비은혜”적 태도를 거부하고 겸손히 은혜를 실천
하며 나누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받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 삶의 소중한 자원입니다. 이것 없이 우리는 풍
성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도록 주의하십
시오. 노련한 무선 통신사처럼 우리는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은혜의 메시지를 하
나도 남김없이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바람 한 자락에 실려 오거나 따뜻한 커
피 속에 녹아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간파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를 소생케 할 것이니까요.

노예상인이었다가 회심하여 은혜의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자가 되었던 존 뉴턴
이 옳았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것은 내 어안을 벙벙하
게 합니다. 그것은 내 영혼을 압도합니다. 그것은 내 삶에 저항할 수 없이 아름
다운 하늘의 향기를 뿌려줍니다. 따뜻한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나는 그 놀라운
은혜의 향기를 맡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것은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
셨다가 부활하신 나의 구주, 내가 평생 따르며 본받고 싶은 참 사람 나사렛 예
수의 향기입니다.

호산나넷  -이재기-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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